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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EO들이 설 연휴에 권하는 책. 조선비즈 기자들이 직접 읽어봤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CEO와 기관장, 협회장 등 50여명이 각각 3권씩 추천했고, 그중 2권을 골랐습니다. 다수가 추천한 동양고전 관련서, 미래·전략서입니다. 간략한 책 내용과 본문 일부를 발췌해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CEO 추천서] '신호와 소음', 기자가 직접 읽어보니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 지음|이경식 옮김|더퀘스트|764쪽|2만8000원

기자가 읽어 본 두 번째 CEO 추천도서는 ‘신호와 소음’입니다. 조선비즈가 진행한 설문에서 많은 CEO가 ‘빅데이터’를 다룬 책을 추천했습니다. 그 가운데 눈길이 가는 책을 골랐습니다.

저자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통계학자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음’을 걸러내고 의미 있는 ‘신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경제와 스포츠, 도박, 전쟁, 테러까지 풍부한 사례를 담아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 솔직히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열고 보니 도중에 덮을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짜’를 찾느라 허덕이는 기자의 평소 고민을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죠. 저 또한 ‘신호’ 대신 ‘소음’에 정신이 팔려 구슬을 잘못 꿰고 있지 않았나 했습니다. CEO들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소음 대신 신호를 잘 꿰어 앞을 제대로 내다보라는 거죠.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들을 골라 아래에 소개합니다.

“현재 ‘빅데이터’라는 용어는 첨단 유행어다. 우리는 지금 날마다 2.5퀸틸리언(조의 1만배, 100경) 바이트나 되는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고 IBM은 추정한다. 그런데 이 중 90퍼센트는 최근 2년 동안 생산된 자료라고 한다.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양의 정보만 유용하다. 우리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주관적으로, 그리고 해당 정보가 유발할 수 있는 왜곡에 그다지 크게 경계하지 않고 정보를 지각한다. 신호는 진리다. 소음은 우리가 진리에 다가서지 못하게끔 우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이 책들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들어가며·신호와 소음)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금융위기를 여러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 금융위기를 예측의 처참한 실패라고 보는 인식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운전 솜씨가 뛰어나다. 30년 동안 2만회 운전했는데, 사소한 접촉사고만 두 번 냈을 뿐이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들이 모여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고주망태가 됐다. 자동차를 직접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가, 택시를 부르는가? 당신은 2만 회 운전한 표본 가운데 딱 두 번 사소한 접촉사고를 냈을 뿐이다. 확률로는 유리한 승률이다. 그런데 문제는 2만회 운전 가운데 단 한 번도 음주운전을 한 적이 없다는 데 있다. 음주운전 표본의 수가 0개다. 과거의 경험으로 사고 낼 위험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표본 외’ 문제의 사례다. (…)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 때 이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주택가격 폭락은 ‘표본 외’의 사건이었고, 신용평가사들이 운용하던 모델은 이런 조건 아래에서 지급불능 위험을 산정하는 데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경제·경제 붕괴, 왜 전문가들은 예상하지 못했는가)

“주류 정치학자 대부분은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 할 만한 소련의 몰락을 예측하지 못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심리학과 정치학을 가르치는 필립 테틀록은 1987년부터 학계와 정부에 몸담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국내 정치, 경제, 국제관계 등의 다양한 주제에 걸쳐 예측한 내용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테틀록은 정치 전문가들이 소련의 몰락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은, 소련 체제의 붕괴뿐 아니라 그 이유까지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여러 차원의 논거들을 하나의 틀로 직조해내야 하기 때문임을 발견했다. 전문가의 생각이 본질 면에서 잘못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이런 생각들이 정치적 관점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동시에 나타난 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념적 진영에 깊이 빠진 학자들은 ‘예상’과 ‘직조’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포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정치·내가 선거 결과를 맞힌 비법)

“알기 쉽게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결혼한 사람이다. 그런데 당신이 출장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처음 보는 속옷이 당신 옷장 서랍 속에 들어 있다. 당신은 아마도 자신에게 물을 것이다. ‘나의 배우자가 날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서 ‘조건’은 당신이 문제의 그 속옷을 발견했다는 것이고,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참과 거짓을 평가하려는 ‘가설’은 당신의 배우자가 바람피운다는 것이며, 당신은 그 확률을 구하고자 한다. 베이즈 정리는, 믿거나 말거나, 이런 종류의 의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다음 세 가지 변수의 값을 안다면 (또는 기꺼이 그 값을 추정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그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만약 이 세 개의 값을 추정했다면, 베이즈 정리를 적용해 ‘사후확률’ 을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려는 확률, 즉 낯선 속옷이 등장한 상황에서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을 확률이다.” (베이즈 정리·이기는 도박꾼은 어떻게 베팅하는가)

“때로 우리는 행운이라는 요소를 엉뚱한 방향으로 너무 많이 고려한다. 예측이 터무니없이 빗나갔을 때 운이 나빴다는 말로 변명을 하는 게 그런 식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자기들의 무능함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바로 이런 종류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 이런 문제의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예측 평가를 더 엄정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예측이 얼마나 기술적으로 뛰어난지에 대해서는 경험법을 통해 판가름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해결책은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포커 선수들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보다 이런 점을 더 잘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뼈저리게 경험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상대 선수의 블러핑을 정확하게 포착했지만 그가 원하는 카드가 마지막에 들어와 원하는 패를 완성한다면 결국 당신이 지고 만다. 이때 당신은 화낼 게 아니라 기뻐해야 한다. 할수 있는 한 가장 정확하게 게임을 운영했으니 말이다.이런 점에서, 결과에 초점을 덜 맞출수록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포커·상대방의 허풍을 간파하는 법)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1년 12월 7일이 앞으로 영원히 불명예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 세기 넘게 외국군의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많은 신호들이 이미 진주만 공습을 암시했었다. (…) 미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관계는 1941년 11월과 12월에 급속히 악화됐다. 루스벨트는 일본의 영토 야욕을 저지할 목적으로 샌디에이고에 있던 태평양 함대를 하와이로 이동시켰다. 한편 일본 해군은 호출 신호를 계속 바꾸고 있었다. 무엇보다 불길한 신호는 침묵이었다. 당시 미국의 정보 장교들은 일본 항공모함 함대의 전신 발신과 송신 위치는 파악할 수 있었다. 11월 중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일본 해군의 무선전송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본의 항공모함 함대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들 항공모함이 일본 가까이 있으며 무선전송 말고 다른 방식으로 본국과 통신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일본 함대는 미국 방위망의 맹점을 통과하며 은밀하게 기동 중이었다. (…) 일본 항공모함 기동부대는 12월 7일 아침 하와이를 기습해 2400명에 가까운 미국 군인을 죽이고 해군 전함 네 척을 침몰시킨다.”(테러·진주만 공습과 9·11테러의 공통점)

“예측은 아주 중요하고, 그 때문에 더욱 어렵다. 소음에서 신호를 분리하려면 과학적 지식과 자기 인식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즉, 객관적 실체와 주관적 실체를 교차시켜야 한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실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 시작된 밀레니엄의 초반은 무척이나 거칠었다. 유례없는 재앙이 잇따라 터졌다. 이 황량한 잿더미에서 우리는 어떻게 일어설 수 있을까? 흠씬 두들겨 맞긴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려면, 우리는 우선 우리의 능력을 더 겸손하게 평가함으로써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나오며·예측은 어떻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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