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위대한유산/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이 책이 이토록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진화론에 대한 커다란 대중
적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이처럼 엄청난 호소력을 갖게 되
었는가는 바로 사회 생물학의 중심적 단언이 인간의 문화와 행동의 모든 측면이 모든 동물
의 행동처럼 유전자 안에 암호화되고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우리 인간을 포함한 생물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모든 생물종은 자연선
택에 전적으로 의존하므로 인간생활의 모든 면에서 진화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다.

그러나 윌슨의 [사회생물학]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단의 학자들이 그의 사회생
물학에 반대하는 견해를 [뉴욕서평]앞으로 서신을 보냈다. 바로 전에 이 서평지는 윌슨의 저
작에 관해 긍정적인 서평을 실은 바 있다. 그 서신에 서명한 학자들 가운데는 윌슨과 하버
드대학 동료인 스티븐 굴드리처드 르원틴도 있었다. 이들이 제시한 내용을 요약하면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행동을 논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것은 새롭
게 밀려온 생물학적 결정론의 파고를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윌슨은 무엇이건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유전자결정론자이다. 그는 모든 생명현상은 
적응이라고 생각하는 적응만능론자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이름을 붙인 사회생물학을 '만
능의 과학'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엉터리 악당이다. 생물학적 결정론은 지난날 이미 정치적 
독트린의 모습으로 충분한 폐해를 가져다 준 바 있다”라는 것이다. 이는 나치 치하에서 직
접적으로 정치에 악용되었던 사회적 다윈주의론의 회귀라는 우려이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 
사회생물학자도 직설적인 의미에서 사회적 다윈주의 냄새가 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그
들 중 어느 누구도 '생존경쟁'이니 '유전자의 이기주의'니 하는 관용어로부터 사회규범을 
도출해 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회생물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사회생물학은 진화의 원리를 동물의 사회 행동 연구에 접목시킨 학문이다. 행동에는 인간의 
행동도 포함한다. 동물들이 함께 모여 사는 데는, 즉 사회 생활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적응적 
근거가 있다.

첫째는 집단섭식 : 동물 집단의 행동은 한 개체가 홀로 먹이를 찾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먹이를 찾으면 같이 나누게 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동물과 함께 먹이를 찾
음으로써 각자에게 돌아오는 몫도 많아진다.

둘째는 집단방어 : 집단은 단순히 많은 수가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포식동물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새는 매가 공격하려고 하면 흩어지지 않고 서로 모이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그 중 한 마리를 잡으려는 매의 의도를 분쇄시킨다.

셋째는 이기적 무리의 효과 : 포식자에게 잡힐 확률을 다른 피식자를 방패로 삼아 그 기회
를 줄이는 방법이다. 포식자가 가까이 있는 먹이를 잡으므로써 다른 동물들은 그 방패의 덕
을 보게 되는 것이다.

네째는 경계의 증가 : 눈이나 귀가 많으면 많을수록 포식자의 접근을 잘 경계할 수 있
다.

다섯째는 생식적 조정 : 집단이 동시에 출산하도록 생식 활동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 동물들
은 일시적으로 먹이 습득이 가능한 곳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수적으로 많은 새끼들을 낳아 
포식자를 압도하는 경우에 유리할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피식자(먹이)가 있으면 포식자는 
이를 전부 다 먹어치울 수 없지만, 한번에 하나씩 나타난다면 쉽게 모두 먹어치울 수 있
다.

여섯째는 어미와 새끼간의 상호이익 : 출생 후 새끼들은 어미와 함께 일정한 기간을 지나는
데 이것이 생존과 번식을 훨씬 유리하게 한다.

이와 같은 행동들의 이점이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동물
의 사회성이란 단 한가지의 적응을 기조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여러가지의 적응 효과를 
통해 형성된다. 이처럼 진화와 생태는 동물의 외적 생김새뿐 아니라 동물의 사회 행동 형성
에도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이 분명하다.

유전자의 도덕성

이를 근거로 해서 윌슨은 사회생물학의 내용을 사회적 진화, 사회적 메커니즘, 그리고 사회
성 종들로 나누어서 아메바로부터 사회적 곤충, 그리고 포유류 나아가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루면서 사회생물학의 이론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이 책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첫 장과 마지막 장이다. 윌슨은 1장에서 유전자의 도덕성이라는 주제로 다윈주의 입장에서 
볼 때 생물은 그 자신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생물의 주요 기능은 다른 생물을 재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유전자를 재생산하는 것이며, 따라서 생물은 유전자의 임시 운
반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개개의 생산은 유전자를 보존하고 확산시키는 정교한 장치의 
일부로서 이 유전자를 운반하는 차량일 뿐이라는 유전자의 논리를 대전제로 해서 인간을 포
함한 동물의 행동, 사회형성 메커니즘 등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행동에 대한 
진화의 단위가 개체가 아니라 이제는 유전자라는 것이다.

윌슨은 사회적 진화의 원동력에서 사회성 진화는 생리학적 관성의 구속하에 이뤄지는 유전
적 반응이라 규정함으로써 동물사회의 유전적 기초를 다시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으로 확대
해 나간다. 사회생물학자들은 이 이타주의가 근본적으로 자기 이익으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하였으며 어떤 유기체가 자기 유전자의 이익을 희생하는 그런 이타주의는 그것
이 속한 종이 지닌 유전자들의 이익에 의해 보상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이러한 이타
주의는 다만 유전자 자신이 증식하려는 이기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저서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열정이 지나쳤는지 인간에 대한 마
지막 장에서 그만 학문적 경계심을 풀어 버렸다. 비판자들이 그에게 노여운 고함을 퍼부은 
것은 주로 이 부분에 대한 것이다.

문화도 유전자에 의존

가장 심하게 공격을 받은 점은 도덕의 유전적 기반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이다. 그에 의하면 
도덕이나 종교같은 인간의 정신적 문화도 유전자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 근원
을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유전자의 문제에 도달할 것이라는 환원론적 설명이다. 

요컨대 생물체(인간도 포함)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에 의해서 유전자는 복제의 증감
에 큰 영향을 받게 되며 이처럼 문화도 유전자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생물
학은 본질적으로 유전이론이다. 더욱이 극단적인 사회생물학은 생물체를 유전자에 의해서 
조종되는 생존기계로 본다. 이같은 주장을 한 사람은 영국의 도킨스로 그는 1976년에 [이기
적 유전자]라는 저서를 냄으로써 더욱 논쟁의 불씨를 키웠다. 여기서 사회생물학이 새롭게 
불붙인 논쟁의 전통은 유구하다. 타고난 행동이냐 학습된 행동이냐, 유전자결정론이냐 문화
결정론이냐를 둘러싸고 벌여졌던 논쟁이 그것이며 생물학주의자와 문화주의자 사이의 싸움
이 또한 그것이다. 

그러나 최초에는 논쟁의 발상이 이데올로기화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행위는 거부되
어야 마땅하다. 희망적인 것은 사회생물학이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의 관계를 해명하
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어떻게 이 두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실은 유전자와 문화는 서로 작용을 주고 받으면서 ‘공진화’를 수행해 왔
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윌슨은 1978년에 [인간본성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통해 설명하고 있
다.

그러나 70년대의 그렇게 달아오르던 사회생물학에 대한 논쟁이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용해
지고 지금은 거의 자연소멸한 상태가 되었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이 큰 문
제가 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일부 심리학자와 문화인류학자는 대환영을 하고 이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기적 자기복제자, 즉 유전
자의 성공’과 ‘개체의 성공’과는 거의 관련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기적 유전자로서는 어
떤 상태이건 (부자이건 빈자이건) 저마다 각각 훌륭한 운반체이다. 즉, 개개의 사람은 이기
적 유전자의 운반체로서 서로 평등한 존재이다. 유전자는 운반체 위에 운반체를 만들지 않
으며 운반체 아래에 다른 운반체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이 유전자로부터 시작되
었다는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쟁점이 존재하며 이것이 진화론에 관한 근
본적인 의문을 해결해 주는 마법의 이론이 될 수는 없다.

이 저서는 대단한 업적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20세기에 나온 철학적으로 가장 의미깊은 
생물학적 연구이지만 그 완성도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홍영남교수

서울대 생물학과

@서울대 문리대 식물학과(1964)

@독일 Freiburg대학교 Ph.D (1978)

@서울대 자연대 생물학과 교수(현재)

역서 : 생물물리학(1984), 이기적 유전자(1993)

◆ 에드워드 윌슨

에드워드 윌슨은 1929년 6월 10일 미국 앨라배마주의 버밍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부
모들이 이혼해서 형제도 없이 외로운 환경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스럽게 자연과 벗삼게 되었던 것이 그를 곤충학 연구에 평생을 바치게 했다.

1946년 가을 그는 앨라배마대학에 입학하여 그의 포부를 이루어 나갔고, 1950년에 석사학위
를 마쳤다. 그 후 테네시대학으로 옮겨 박사학위를 시작했으나 하버드대학으로 옮겨 박사학
위를 받았다. 그 후 지금까지 하버드대학에 있으면서 엄청난 양의 연구 업적을 쌓았다. 그 
대표적인 업적은 개미사회에 대한 연구이며 특히 그는 개미사회에서의 의사소통 수단이 화
학언어라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윌슨은 1971년에 ‘곤충의 사회들’이라는 저서를 펴낸 후 1975년에 불후의 명저 ‘사회생
물학’을 내놓는다. 무엇보다도 그는 왕성한 필력으로 ‘인간본성에 관하여’(1978)와 ‘개
미’(1990)로 두 번에 걸친 퓰리쳐상 외에도 1977년에 국가과학훈장과 스웨덴 한림원이 비
노벨상 분야에 주는 크라푸드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1998년에는 ‘학문의 대통일
(Consilience)’라는 저서에서 우주의 기원에서 인간의 본성에 이르기까지 자연계는 하나의 
통일된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그의 학문적 야망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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